Ian.Lee
누군가 내게 시각적인 것 중 아름다운 것을 하나 꼽아보라 한다면 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선'
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신체에 담긴 선을 끄집어내 평면적으로 해석한다. 평면 위로 올려진 선들은 겹치고 엉키며
새로운 선과 면으로 재배치되고 그 안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낸다. 나는 그 공간 안에 여러
감정을 스며들게 한다.
그림 속에 있는 내 감정들을 해석하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림을 보고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면 그 감정이 의도하는 것과 맞을 것이다.
솔직하게 나는 작업을 진행할 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작업물 개체 하나하나에 대단한 이유들을
들먹이지 않는다. 그저 내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어떠한 사물에 대한 고찰이나 사회적 관념, 사람들 각자의 가치관, 나의 주관, 감정, 철학, 예술 등등... 뿐만 아니라 쓰달떼기 없는 망상 몽상 상상들로 머릿속을 채우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생각을 깊게 하다 보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실들을 맞닥뜨리는 순간이 꽤 많이 찾아온다.
쉽게 흘러 살아갈 수 있음에도 나는 그 흘러가는 것을 붙잡고 거슬러 올라가려 할 때가 많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태도는 그랬다. 흐르는 것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 생각할 때 거스를 줄 알아야
하는 것. 때문에 많은 가치관들이 뒤섞이고 자리 잡으며 거스르는 것이 많아졌고 나는 점점 더
어두워져 갔다. 그렇게 내 손에서 나왔던 작업물 들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고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어두운 내 작업물을 좋아해 주지 않았다. 이해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지만 나도 굳이 사람들에게 내 작업물 들을
먼저 보여주지 못했다. “어둡고 무서워. 밝게 좀 해봐.”라는 말을 수도 없이 많이 들어왔으니까.
(지금도 그런 말을 안 듣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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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느꼈던 것이었지만 자신의 감정에 대해 주체성을 잃은 사람들이 꽤 많다는 생각을 해왔다.
누군가는 자신 또는 타인에 의해 억눌리거나 회피했을 수 있고 누군가는 그저 두렵고 꺼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유와 상황은 많겠지만. 이러한 사람들을 만나고 겪으며 내 작업물을 볼 때만큼은
온전히 자신만을 생각하고 그동안 미뤄왔던 감정을 마주하며 위로를 받았으면 했다.
각자 자신이 굳이 표출하지 않아도 내가 표현한 감정들이 비슷하게나마 공감된다면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내 작업물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고 말하고 싶고 내 작업물을 보는 사람 또한
그렇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빛이 있다면 그림자가 존재하듯 그림자가 있다면 반드시 빛도 존재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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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고 싶기에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을
아름답게 포장해 다른 이에게 전달한다.
유쾌한 표정
호탕한 웃음소리
멋쩍은 미소
나 또한 사랑받고 싶었다.
포장한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 모습은 이렇다.
그대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니 원한다면 때로는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